2015년 4월 8일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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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갈등으로 본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현수  ㅣ  2015년 4월 8일



21세기 권력이동의 신호

최근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하 AIIB)의 회원국들을 성공적으로 모집함에 따라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온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사실 지난해 20개국과의 양해각서를 체결할 무렵에만 해도 AIIB의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 당시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AIIB의 융자를 받아야 할 상황의 국가들이었으며 한국과 호주는 물론 러시아조차 참여를 보류하는 등 향후 전망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월 13일 미국의 최우방국으로 여겼던 영국이 AIIB에 회원국으로 합류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불참 입장을 내비쳤던 호주를 비롯하여 유럽의 국가들이 AIIB에 가입을 요청했고 약 40여개국이 넘는 나라가 회원국으로 확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서방 언론들은 '21세기 미중간 권력이동의 신호'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와 AIIB

AIIB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글로벌 신(新) 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포석 중 하나이다. 사실상 미국과 일본에 의해 말라카 해협과 동중국해를 포위당한 형국인 중국의 입장에선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자원 수입과 유라시아 및 유럽으로의 수출을 위해 육로 개척이 필연적이었다. 그 방편으로 이미 대륙횡단 철도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지만 규모 면에서나 비용 면에서도 화물열차가 선박운송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풀리지 않는 숙제가 남아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초기 AIIB 참가국이자 최근 중국 외교통에서 최우선의 관리국으로 삼고 있다는 파키스탄의 지정학적 위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은 파키스탄의 과다르항 개발을 완료하고 이로부터 서부 신장웨이우얼자치구까지 철도와 송유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인도양을 돌지 않고도 약 1만 5000km에 달하는 중동산 석유의 수송 거리를 최대 85%까지 단축할 수 있으며 과다르항에서부터는 해상 수송을 할 수 있으므로 수송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다.

즉 미국과 일본의 포위망을 넘어 육상의 ‘대륙횡단 철도’와 아프리카까지의 교역을 잇는 ‘진주 목걸이 항로’라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가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만 놓고 본다면 중국이 미국 제국주의 질서에 적지 않은 ‘균열’을 내고 있다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문제는 그것이 대체 어떤 ‘균열’이냐는 것이다. 그것이 그저 또 다른 제국주의로의 전환에 불과하다면 어찌할 것인가?
 
또 다른 제국주의


중국이 지난 몇 년 동안 남아시아 해양 실크로드 연안의 국가들에 항구와 철도, 고속도로와 송유관 등의 기간 시설을 지어왔다. 이는 중국이 주장하는 쌍방간 호혜적인 상업경제적 협력을 넘어 중국산 제품의 수출과 군사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스리랑카 콜롬보만의 컨테이너선 터미널에 중국 잠수함이 두 차례 정박한 데 대하여 인도가 볼멘소리를 한 것이 그 예이다. 중국은 이 터미널의 지분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하 TPP)을 통해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고 한미일 군사훈련으로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봉쇄망을 뚫고 “아시아”의 “인프라”를 건설해 공동의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투자” 은행에 나름 명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명분 아래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장세운 그 형태가 엄연히 미 제국주의의 얼굴로 대변되는 IMF와 세계은행 등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경계해야 한다.

위에 언급한 스리랑카에서는 중국의 투자에 대한 부패 혐의와 계약상의 부정행위들이 논란거리가 되었으며 미얀마에서는 2011년 명목상의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국이 투자한 36억 달러 규모의 수력발전사업을 중지시킨 바 있다. 환경 문제를 둘러싸고 민중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습게도 이런 방식의 패권에 정점이었던 미국 정부는 AIIB를 두고 중국 외교 정책의 도구로 쓰일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적의 적이 반드시 아군이라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적의 적을 쌍수 들고 환영하기보다 그들이 왜 저런 행위를 했는가를 파고들어 그 실체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저 단순한 진영논리에 갇혀 미 제국주의에 맞서는 모든 ‘균열’을 옹호하려고만 한다면 TPP에서 미국과 충돌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중동에서 미국과 대결하고 있는 IS에 대해서도 우리는 같은 우(優)를 범하고 말 것이다. 문제는 현상의 양태가 아니라 그것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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