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7일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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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도 위험합니다” 자본이 만든 신세계!
문창호  ㅣ  2014년 6월 27일

자본이 사회에 가하는 압력이 위험의 실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공포 중 하나는 개인의 의지를 압도하여 생명과 건강, 재산에 심각한 해를 입히는 재난이 비단 자연재해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화재, 폭발, 붕괴, 교통사고, 환경오염 등의 인간이 만들어내는 사회재난은 시설물이 있고 교통수단이 다니는 어디에서든,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이처럼 위험이 거의 모든 곳에 편재해있고 일상적인 현상을 두고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라고 이름 붙였다. 그에 따르면, 현대사회는 위험을 체계적으로 생산한다. 그리고 우리가 보기에 위험생산의 뿌리는 바로 자본주의이다.

세월호 참사는 청해진해운의 탐욕으로 얼룩져 있다. 20여년 된 노후 여객선 수입과 증축, 화물 과적, 무리한 운항, 비정규직 선원 사용 등은 모두 안전과 책임을 희생시키면서 한 푼이라도 더 돈을 벌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탐욕과 이윤추구를 자유시장, 성장동력 같은 미명 하에 다른 무엇보다 앞세우고 조장하는 곳이 자본주의이다. 자본주의에서 ‘위험생산’은 단지 제도와 규제의 미비 때문도 아니며, 우연적이지도 않다. 위험은 무엇보다도 자본주의에 의해 필연적으로 만들어지고, 증폭되며, 확산된다. 자본의 본성은 무제한적인 이윤확대와 축적이며, 이를 위해 자본은 사회 전체를 맹렬히 생산하고 증식하는 거대기계(생산수단의 집적, 이와 결합된 사회적 분업 체제)로 조직한다. 원자력발전소는 거대기계의 기념비들 중 하나이다. 그 경악스러운 위험성은 대규모 전력공급의 필요성에 의해 간단히 묵인된다. 이처럼 거대기계화된 자본은 양과 속도의 논리에 자연과 인간을 무자비하게 종속시킨다. 더 많이, 더 빠르게라는 구호 아래 자연과 인간을 상품화‧노예화하며, 그만큼 사회는 거대기계의 위험 앞에 더 취약해진다. 자본-거대기계가 자연과 사회에 가하는 압력이 바로 위험의 실체이다.

누구를 위한 정상화?

자본주의 사회에서 위험을 관리하는 국가의 오래된 방법은 규제 혹은 안전의 상품화이다. 이를 두고 주류경제학의 용어로 표현하면 ‘외부효과의 내부화’이다. 외부효과로서 위험은 비용으로, 안전은 대가로 계산되지 않기에 위험은 많이 생산되고, 안전은 적게 생산된다. 때문에 위험의 비용과 안전의 대가를 시장으로 내부화하여 그 산출을 필요에 맞춰야 한다. 이러한 내부화의 과정은 시장자율에 맡겨서는 요원하기에 대개는 규제나 제도화 등의 국가개입을 필요로 한다. 삼풍참사 이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진 게 한 예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본주의 국가의 일반적인 정책을 염두에 두어도, 지난 5월 19일의 박근혜 대통령 담화문 내용은 상례에서 벗어나 있고 진정성도 의심스럽다. 담화문은 해경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 민관유착‧관피아 같은 비정상의 관행과 공직사회 개혁, 탐욕적 사익 환수, 책임자 강력처벌 등으로 요약된다. 한마디로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의 위험관리기능을 우선해서 손보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그간 내세워온 ‘비정상의 정상화’와 일맥상통한다. 규제는 오히려 줄여야 할 정도이니 청렴하게 운영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윤과 함께 위험도 생산되고, 그 방법 또한 더더욱 위험해지고 있다는 통찰의 부재이다. 또한 구조실패로 고조된 정부 비판을 다분히 의식한, 그리고 위기 국면을 정권의 추진동력으로 전환시켜보겠다는 계산으로도 읽혀진다.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공공부문의 민간개방과 정권 입맛대로의 개조가 행해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파국의 임계점에 다다른 세계

정부의 무능과 부패가 문제의 일부이긴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자본주의이다. 낙후된 관행과 시장경제의 미성숙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과잉이 문제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세월호 참사, 터기 소마광산 붕괴 등이 공통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게 있다. 자본주의가 자신이 만들어낸 거대기계를 더 이상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잉성장한 거대기계는 자연과 사회를 무참히 파괴하고 있다. 전지구적 차원에서 자연에 대한 파괴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자원고갈 등의 생태위기로, 사회에 대한 파괴는 대형참사와 대량실업, 양극화, 경제공황, 전쟁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제한적 이윤추구와 성장을 위한 성장의 종국에 파국 말고 달리 무엇이 나란히 설 수 있을까? 파국을 피하자면 거대기계를, 자본주의를 멈춰야 한다. 이윤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생산을, 자본이 아니라 노동자가 운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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