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9일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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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제의 밑바탕에 놓인 유럽 노동자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
황정규  ㅣ  2015년 4월 29일



‘하르츠 노동개혁’으로 부각된 독일 경제

최근 박근혜정권이 노동시장구조개악을 추진하면서, 독일의 ‘하르츠 노동개혁’이 성공적인 노동개혁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경제부총리 최경환이 나서 언론에서 하르츠 노동개혁을 칭찬하고 있고,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하르츠 노동개혁을 다룬 “독일 근로연계 복지제도의 특징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기까지 했다.

사실 하르츠 노동개혁은 이미 10여 년 전 독일 사민당 정권이 추진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으로, 비슷한 시기 등장한 김대중 정권의 ‘생산적 복지’와 동일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의거하고 있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하르츠 노동개혁에서 “근로능력이 없는 최극빈층은 국가가 지원하되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근로유인을 강화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이점은 고용과 복지를 연계시키는 “생산적 복지”의 골간이기도 하다. 독일은 그래도 사회보장체제가 형성된 나라인 반면 한국은 이런 기본적인 사회보장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추진되었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한국의 정책이 더 나쁜 것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새로울 것 없는 하르츠 개혁이 노동시장구조를 개악하고 싶은 자본가들을 만나 대단한 성공사례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독일 경제의 선전이 놓여있다.

유로존 형성을 통한 유럽 주변부 노동자민중의 수탈

그렇다면 독일 경제는 하르츠 개혁 때문에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선전하게 되었나? 하르츠 개혁의 목적이 실업에 대한 사회보장을 해체하여 노동자계급의 삶의 조건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였다는 점에서, 이 개혁은 독일경제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실제로 여러 논자들이 하르츠 개혁을 통해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가 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하르츠 개혁은 분명 독일 자본가계급에게 득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독일 경제의 선전은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내내 2%대 내외로, 역내 국가들에 비해 미약하였다. 하르츠 개혁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반면 생산성 향상에 비해 임금정체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이런 저성장 상황에서 독일 경제가 선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유로존의 형성에 있었다.

유럽단일통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통화가치를 높게 유지해야 했다. 그래서 마스트리히트조약, 안정화성장협약, 리스본 전략 등의 조약을 통해 통화연합에 참여하는 국가들에게 엄격한 화폐, 재정 노동정책이 부과되었다. 이러한 독일 중심의 통화통합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이 강제적으로 평가절상 당하는 효과를 낳았다. 또한 이 국가들은 독자적인 재정, 화폐정책을 펼 수 없게 되어, 독일에 매우 유리하였다. 이로써 독일은 자국의 낮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역내 수출을 확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부가 독일로 유입되었다.

한편 독일의 경제력에 기반을 둔 유로의 등장으로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과거보다 용이하게 국채시장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 경제구조가 견실하지 못한 주변부 국가들은 부채에 용이하게 의지할 수 있었고, 2008년 이후 이 국가들의 부채의존은 가속화되었다. 이때 주변부 국가에서 독일로 유입된 자본은 부채로 형태를 바꾸어 이들 국가로 다시 대부되었다.

이것이 바로 유럽의 독일 “제국주의”가 유럽주변부 국가를 수탈하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이고, 현재 유럽 각국이 겪고 있는 부채위기의 배경이다. 따라서 유럽연합과 유럽단일통화의 등장은 신자유주의가 관철되는 유럽식 방식이라고 평가된다. 그리스를 위시한 유럽 부채위기 시기, IMF보다도 더했던 독일과 유럽중앙은행의 강경한 태도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은 그리스 시리자정권에 굴욕적인 타협을 강요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으리으리한 신청사를 개관하였다. 이때에 맞추어 신청사가 있는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대규모 반긴축 시위가 열렸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시위대에 맞서 유로존은 몇몇 국가들이 다른 국가들을 계속 도와주는 정치적 연합체가 아니라는 뻔뻔스런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독일의 경제적 대박의 원천은 바로 유럽의 노동자민중에 대한 노골적인 착취와 수탈에 있었다. 이 착취와 수탈의 구조는 유럽 노동자민중의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파괴하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낳았다. 시리자 내의 좌파세력이 “유로존 탈퇴”를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고 사회변혁으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주장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요컨대 독일 경제를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자본주의 성공신화가 아니라 문제는 자본주의라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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