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7일 85
해방 > 85호 > 국제

국제 금융의 도시 홍콩에서 저항의 도시 홍콩으로
홍콩의 저항운동 들어다보기
황정규  ㅣ  2014년 11월 7일


왜 저항이 발생하였나

국제 금융의 도시, 쇼핑관광의 대명사 정도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홍콩의 이미지일 것이다. 이런 홍콩에서 신문의 국제면을 가득 채우는 커다란 저항운동이 발생하였다. 홍콩의 저항운동이 발생한 이유는 순수한 정치적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었다.

2017년, 홍콩은 최초로 보통선거를 통한 행정장관의 선출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올 8월 31일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전의 선거위원회를 후보 지명위원회로 전환시키고 이 지명위원회가 “조국과 홍콩을 사랑하는” 것으로 인정한 후보만 선거에 나갈 수 있도록 하여 사실상 보통선거권을 부정하였다. 즉 민주적 기본권을 부정하고 친중국 인사만을 행정장관에 앉히려고 했던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민주주의의 박탈에 맞서 홍콩의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홍콩학생연합은 9월 22일부터 동맹휴학에 들어갔고, 만여 명의 학생들이 이에 도참하고 홍콩의 거리를 점거하였다. 학생은 10월 1일까지 휴학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9월 27일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폭력진압하려고 하였으나 이것은 홍콩 전체에 거대한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저항운동을 더욱 확대시켜는 계기가 되었다. 한 달 여의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약화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시위와 점거가 지속되고 있다. 홍콩시위를 주도한 것은 고등학생, 대학생들이었지만 투쟁이 계속되면서 노동자들의 참여, 파업도 늘고 있다. 17만명이 조합원을 보유한 독립노조인 홍콩직공회연맹은 학생들의 저항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저항의 원인은 자본주의에 있다.


홍콩시위가 발생하자 각 자본가집단과 제국주의세력들은 자신의 이해에 따라 시위를 이용하려고 하였다. 가령 일국양제 하에서 민주주의를 완전히 보장했을 때 친중국이 아닌 세력의 집권을 우려스럽게 보는 중국, 세계지배의 라이벌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세계전략이 홍콩시위를 두고 복잡하게 얽혔다.

해외 진보 언론인 ‘글로벌 리서치’는 홍콩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점거중앙(Occupy Central)"이라는 단체가 미국 NED 등의 후원을 받는 단체임을 폭로하였다. 최근 미국 금융자본의 기관지라 할 수 있는 파이낸셜 타임스나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례적으로 홍콩의 경제적 불평등을 지적하며 시위대에 “재벌 독점”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이 갑자기 개심하여 반자본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아닐 것이다. 이들은 시위를 중국 자본을 약화시킬 기회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반면 중국 정부 역시 홍콩 학생과 노동자들의 저항을 ‘외부세력’의 불순한 개입으로 보고, 시위를 흠집 내고 무력화하기 위한 온갖 술수를 쓰고 있다. 이를 위해 폭력조직이나 비밀요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러나 우리가 정확히 보아야할 점은 홍콩시위는 홍콩을 포함한 중국 전체의 사회적 모순이 축적된 결과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세계적 금융거점이란 허상을 걷어내면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각하고 최악의 생활조건을 보이고 있는 도시이다.

가령 단순 수치로 보았을 때에도 홍콩의 지니계수는 0.537(한국은 0.353이다)이 이르고 있으며, 홍콩의 갑부 41명이 홍콩 전체 경제생산력의 74.4%를 장악하고 있다. 노동기본권과 복지혜택 역시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2010년에 와서야 비로소 최저임금제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한국 돈으로 시급 4천원을 밑도는 수준이라 세계적으로 물가가 높고 주택가격이 천장부지에 오른 홍콩에서 생활하기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졸업해도 취업하기 어렵고, 취업해도 저임금에 내몰리고 있다.

한편 사회주의(!) 중국은 계급이 사라졌다는 논리로 1982년 파업권을 헌법에서 삭제하였고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급속한 자본주의적 체제전환과 성장 과정에서 중국 노동자들의 삶이 처참해졌고, 그 결과는 엄청난 숫자의 파업 발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홍콩과 바로 인접해있는 선진, 광저우 등, 중국 시장개혁의 상징 도시들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중국 중앙정부는 혹여나 본토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나 왕래하는 홍콩의 저항이 홍콩에만 머물지 않고 중국 전역으로 확산될까 고심하고 있다.

아무리 다양한 세력들이 홍콩 시위를 둘러싸고 각축하고 있다 하더라고 이 시위가 발생하게 된 이유는 홍콩의 젊은 세대들과 노동자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인간다운 삶조차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는 자본주의에 있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조건 속에서, 가장 중요한 시위의 의의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잠들어 있던 젊은 세대를 각성시키는 투쟁경험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고 제국주의 세력의 책략에 휘둘리기도 하겠지만, 결국 민주주의를 사수하면서 자본주의가 불러일으킨 모순들에 저항하는 반자본주의 투쟁을 형성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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