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7일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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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핵발전소반대 투쟁, 새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김광호 (강원 비정규센터 소장)  ㅣ  2014년 11월 7일



핵발전소를 추진하던 전임시장의 소환투표가 아깝게 무산된 이후 시의원 보궐선거에서 반대투쟁위원회 기획실장인 이광우동지가 시의원에 당선이 됐고,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반핵후보인 김양호(무소속)시장이 당선되면서 삼척 반핵운동의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되었다. 즉 주민투표로 삼척시민들의 의지를 확인하고 이후 투표결과에 따라 핵발전소 유치 여부를 결정하게된 것이다.

주민투표라는 새로운 계기

이번 주민투표에서는 주민투표 동의서명자의 67.94%가 투표에 참여하고 84.97%가 핵발전소 유치에 반대했다. 이미 주민투표를 대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선거관리위원회는 독립적인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안전행정부에 질의 회신을 통해 국가사무는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며 투표관리를 거부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주민투표 결과를 수용하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수력원자력(주)에 ‘반핵단체 대응’이라는 공문을 시달해 찬성 ‘단체의 활동을 지원’하라고 했다. 이렇게 자본가권력은 주민투표의 결과를 애써 축소하고 무력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위기에 처한 한국자본주의를 구하겠다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말에 결정하기로 했던 ‘7차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내년 상반기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는 ‘아직 전력수급이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삼척 주민투표에 따라 또 다른 예정부지인 경북 영덕도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등 신규핵발전소 건설계획이 불가피하게 수정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심화로서 주민투표의 의의

이번 삼척시민들의 주민투표는 2가지 지점에서 새롭게 봐야할 필요가 있다. 그 하나는 민주주의는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며,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삼척시의 입장에서 펼친 행정을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전(前)시장의 핵발전소 유치에 맞서 시도했던 주민소환이 실패한 이후에도 꾸준하게 활동한 반핵단체는 이번 주민투표를 성사시키면서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과 국책사업에서는 토지강제수용 등 악법을 동원해 주민들을 내쫓아왔다. 그 참혹한 결과를 우리는 경찰특공대를 동원한 무력진압을 용산학살에서 보았다. 권력은 결국 자본가계급의 위원회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런 상황에서 삼척시민들은 주민투표-박근혜씨는 대선공약으로 ‘주민수용성’을 중요하게 판단하겠다고 약속했다-가 민주주의의 기초이며, 모든 개발사업은 이해당사자의 의견에 따라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주민들이 핵발전소에 대해서 반대했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실제 삼척시민들은 지난 30여년 동안의 반핵투쟁에서 이 원칙을 스스로 배웠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측에서는 이번 주민투표에 ‘공무원이 동원됐다’며 현 시장을 상대로 경찰과 안전행정부에 진정서를 제출해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前)시장은 유치하는 과정에서 공무원과 통,리,반장들과 관변단체들을 동원했다. 물론 현시장도 주민투표를 위해 공무원들에게 주민투표 참여를 위한 개인동의서를 받도록 했다.

행정조직에 대한 새로운 시야

그러나 두 행위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전시장은 자본가권력과 개인의 이해를 위해 찬성 서명부를 조작하는데 공무원을 동원했다면, 현시장은 주민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실시하는 주민투표를 지원하기 위해 행정지원을 한 것이다. 공무원, 행정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가? 에 대해서 대중의 이해에 따라, 대중의 이해를 위해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중립(!)이라는 명분으로 자본가권력의 이해에 충실했던 지금까지의 공무원의 위상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다만 아쉬운 면도 있다. 삼척시민들의 자발적인 주민투표에도 불구하고 아직 계급적 관점을 갖고 근본적인 대안-반자본주의적 생태주의-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반핵운동의 중심에 계급적 관점을 가진 튼튼한 조직 구심이 형성되어있지 않아 앞으로의 행보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반핵투쟁은 주민투표가 성사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생태적 관점에서의 전력수급의 문제와 대안에너지의 개발을 고민해야 하며, 자본가계급의 이윤을 위해 동원됐던 대규모 개발사업을 저지해야 한다. 삼척의 반핵투쟁은 이제 지자체 내에서 단체장과의 싸움이 아니라 직접적인 자본가권력과의 싸움으로 전선이 이동했다. 전국의 생태주의자와 사회주의자가 삼척을 주시해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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