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4일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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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주의 정치에 실패한 노동운동의 부끄러운 민낯, 225 국민파업
김광수  ㅣ  2014년 3월 14일



반박근혜 이벤트가 된 국민파업

2월 25일 전국 동시다발로 국민파업이 진행되었다. 국민파업은 △총체적 대선개입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특검 도입 △비정규직 철폐 특수고용 노동자성 인정, 원청사용자성 인정, 시간제일자리 확산 중단 △비윤리적 경영 노조파괴 삼성재벌 규탄 △쌀 전면개방 반대, 한중FTA저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쟁취 △의료, 철도, 가스 민영화 저지 등 약 50개에 달하는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그러한 각계의 요구를 모두 종합하면 박근혜가 퇴진하는 것이 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요구들 면면을 보면 대통령이 12번 바뀌어도 해결 안될 것이 수두룩하다. 사실상 한국 자본주의 모순이 격화되면서 발생한 문제가 대부분이다. 결국 “문제는 자본주의”인데, “문제는 박근혜다”는 식으로 요구가 너무 협소화되었다. 그렇다고 박근혜 퇴진을 위해 총파업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전국동시다발 집회 한번하고 화통하게 국민파업이라고 불렀을 뿐이다.

기만행위가 극에 달하다

이번 국민파업은 정파와 계급을 초월해 박근혜정권을 반대하는 거의 모든 세력을 결집시켰다 할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묻지마 국민파업은 상호기만과 자기기만이 극심했다. 세계 노동운동사에 국민파업이라는 말은 있지도 않고 굳이 비슷한 걸 들자면 전국총파업이다. 우리역사에서도 1929년 원산총파업 때나 89년 현대중공업 총파업 때처럼 상가가 철시하고 학생들은 학교 가지 않는 식으로 총파업에 연대하는, 말 그대로 전민항쟁으로 발전된 사례들은 종종 있다. 하지만 그 때도 국민파업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

국민파업은 한 때 등장했던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의 완결판이라 할 만하다. 철도파업이 범국민적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에서 영감을 얻었을 이 국민파업은 국민행동요령으로 동시에 경적 울리기나 집앞에 총파업지지 프랑을 거는 등 말 그대로 파업투쟁에 연대하는 행동을 제안하면서 그 자체가 파업 행위인 것처럼 포장을 했다. 여기서부터 이미 자기기만이 시작되었다. 실제 파업을 제대로 한 사업장은 드물다. 파업에 연대하는 상가철시도 동맹휴학(대학생들은 겨울방학, 초중고는 봄방학이었으니)도 없었다. 그냥 국민이 하는 파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뿐이다. 일부 대학생들은 파업이 예고된 25일 전부터 국민파업을 선동하고 다녔고 참가단을 구성했으나 도대체 당일 집회참가 말고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총파업이 아닌 지는 모두 알았지만 국민파업이라고 서로 인정하고 민주노총 뒷 꽁무니만 따라다녔을 뿐이다. 벌거숭이 임금님 우화가 따로 없다.

여전히 야권연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민주노총

이번 국민파업을 주도한 민주노총에게는 노동자의 정치적 독자성이라는 생각이 아예 없어 보인다. 노동자계급은 민주주의 투쟁(정치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정치적 독자성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걸 민주대 반민주로 가두는 부르주아의 닫힌 정치, 혹은 국익이라는 명목으로 중간에 꼬리내리기 식의 정치에 수모와 굴욕만을 당한다. 박근혜가 후안무치한 자본을 대표하지만 박근혜정권을 야당으로 교체해봤자 결국 자본주의 질서가 좀 더 우아하게 재생산될 뿐이다. 우리는 그런 사태를 김대중, 노무현 정부 출현 때 똑똑히 보았다. 2008년 대공황이 아직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의 근본원인을 말하지 않고, 모든 걸 박근혜 탓으로 돌리는 식의 낙후된 사고에 머무르면 노동자들의 민주주의 투쟁, 즉 정치활동은 보수야당을 위한 표밭 다지기에 공헌할 뿐이다.

국민파업은 50개 넘는 노동자, 민중의 심각한 요구들을 정권교체요구에 우겨 넣음으로서 보수야당의 주도성을 파업이후에 더 강화시켰다. 이것이야말로 죽 써서 개 준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럼에도 소위 좌파라 자칭하고 변혁적이라는 수식어를 간판에 다는데 주저 없는 세력들마저 민주노총의 국민파업에 동참하라고 열을 올렸다. 결국 이렇게 야권연대의 틀에 모두 잡아먹혔다. 이제 이 집단기만에서 벗어난 세력만이 사회주의운동, 혹은 노동자계급운동으로 불릴 수 있게 되었다.

전국적 정치총파업을 위해서

225 국민파업은 새로운 정치적 전망을 수립하고 실천을 기획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민주노총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따라서 국민파업은 자본주의 모순 심화에 대한 대중행동이 아니라 박근혜정부에 대한 정치공세 이상을 못 벗어난 하루 이벤트로 귀결되었다. 사태가 이렇게 어지럽게 된 것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세력이 우리 시대를 통찰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자본주의가 경제위기를 반복하며 공공의 적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도 자본주의에 대한 노동자 대중의 자각과 투쟁의지를 고양시키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노총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소위 노동자 정치를 지향한다는 세력 모두에게 해당된다.

90년대 말에 진보정당건설의 주역이었고, 이후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가 정치권의 점점 큰 이슈가 되면서 노동운동은 당연히 정치화되었다. 즉 권력과 정치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노동운동이 되었다. 불과 몇 년 전에 대공황이 세계를 휩쓸었던 현 시기 정치화 된 노동운동이 대중의 생존권을 수호하고 사회변화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정직한 반응인 반자본주의, 사회주의적 지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자본주의 위기시대에 기존 관성을 탈피해 보다 높은 수준의 투쟁전선을 형성할 수 있고 새로운 대중투쟁 동력, 새로운 지도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때문에 노동자 대중조직내에 반자본주의 투쟁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사회주의 분파를 건설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달성해야 노동운동이 비로소 전국적 정치총파업을 조직하는 주역으로 시대를 이끄는 지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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