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4일 78
해방 > 78호 > 생태

기업의 환경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김민정(<마르크스주의 이론으로 보는 생태학> 세미나  ㅣ  2013년 6월 24일


1. 환경부 화학물질과에서 펴낸 ‘전문가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된 85% 이상 화학물질이 유해성과 위해성을 확인하지 못하는 채 사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5월 15일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사례가 401건(사망 127건)이라고 밝혔다.

유해화학물질 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되자, 2012년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기 위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을 마련했다. 현행 유해법이 신규 화학물질‘만’을 등록대상으로 했다면, 화평법은 신규 화학물질과 기존 화학물질 모두를 등록대상으로 한 것이다.

강화된 유해화학물질 관리에 대해 기업계는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지경부와 기업계는 “화평법을 도입하면 기업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관리 규제의 완화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수정 안의 핵심은 환경부장관이 강력하게 관리 규제하는 조항을 지경부와 기업계의 의견을 반영하여 협의하여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2. 5월 22일 화평법 제정안은 신규 화학물질이나 1톤 이상의 기존 화학물질을 제조 · 수입할 때 매년 용도와 제조 · 수입량 등을 보고 · 등록하도록 했다. 하지만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만드는 사용자의 보고 의무 조항이 삭제되고 고체형태 제품은 사전 신고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기업계의 입장이 상당부분 반영되었다. 이로써 ‘위해성 관련 자료의 등록 없이 판매 불가’(No Data, No Market)라는 사전 예방적 관리체계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기업의 장벽 앞에서 멈춰버렸다. 

잇따른 불산 누출 사고로 인해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하자, 일부 국회위원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려 했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유해화학물질관리 개정법을 과도한 과징금과 강력한 처벌 규제로 “기업경영활동의 유지존속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무엇보다 원청의 책임 수준을 강화한 것에 대해 하청업체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는 과징금과 처벌 문제에 있어서는 중소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척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대기업(원청)의 책임부분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결국, 5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유해화학물질 배출 기업에 대해서 전체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려 했으나 사업장 매출의 5% 과징금으로 그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삼성의 경우, 원안대로 할 경우 20조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법사위 수정안은 1조1천억만 내면 된다. 이는 1/20수준으로 할인된 것이다. 노동자의 목숨과 생태계 파괴의 댓가는 이건희 등 자본가와 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치인의 이득이 된다.

두 법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보인 기업계의 반응은 반(反)환경적이고 반(反)노동권익의 입장에 서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기업이 이러한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는 것은 생산의 목적이 친인간적이고 친환경적인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윤 추구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라는 배타적 재산권 부여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악화를 동시에 수반한다.

기업의 영업권과 노동권, 환경권이 충돌 될 때에는 사회 계급적 세력관계가 그 우위를 결정한다. 기업의 영업비밀주의에 맞서 사회 공공성 확보를 위해 저항적 사회운동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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