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7일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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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산 누출 사망, 자본주의적 생산의 비극
문창호  ㅣ  2013년3월17일

지난 1월 28일에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에서 불산 누출로 한 명이 죽는 등 다섯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산은 불소와 수소가 결합한 맹독성 물질로 공기보다 가벼워 공기 중에서 빠르게 확산된다. 지난해 9월에 구미 불산 누출 사고로 주민 3,200여명이 피해를 입은 것은 불산의 이러한 성질 때문이다. 또한 반경 몇 킬로미터의 대기 중에서 희석되고도 피해를 입힐 만큼 극소량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인데, 피부에는 심한 화상을 일으키고 호흡기 조직을 파괴한다. 한편, 반도체 공장에서 불산은 불순물 제거, 세척용으로 쓰인다.



명백한 기업살인!

노동자가 임금의 대가로 생명은 물론이고 건강을 판매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용주는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할 책임이 있고, 어떤 사고와 재해도 노동과정의 안전화에 실패한 고용주에게 책임이 있다. 그런데 그동안 산업안전을 둘러싼 노사 간의 투쟁의 역사에서 이러한 정의(正義)가 관철되기는 힘겨웠다. 불완전 행동 등의 핑계거리를 만들어내 오히려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회피해왔다. 지난 구미 불산 사고에서도 경찰과 언론은 작업자 실수만 부각시켰다. 간단한 인터록 장치(어떤 동작 중이거나 상태일 시 다른 동작을 금지시키는 장치)로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은 무시되었다.

이번 불산 누출 사고에서도 삼성은 여론 무마에만 급급할 뿐 사망자에 대해서는 “협력사와 당사자의 문제이고 삼성전자는 제3자”라며 “만약 유가족이 보상을 요구한다면 법대로 처리하겠다”(출처:<프레시안>)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는 원청인 삼성의 관리감독 하에 있지 않음으로 재해에도 직접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재해가 발생한 11라인의 유지보수를 도급받은 하청업체에서 이미 27일에 불산 누출을 발견하고 누출부위 보수를 제안했으나, 삼성이 다음날로 미루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사이 불산은 계속 유출됐다. 또한 28일 보수작업 시에는 잔류 불산을 제거할 충분한 공정과 시간 없이 하청노동자 투입을 결정했다고 한다. CCTV에 찍힌 당시 현장은 불산 증기로 뿌옇게 차 있었다. 바로 삼성전자가 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작업환경으로 내몬 것이다. 하청노동자 사망은 명백히 삼성에 의한 기업살인이다.


기업살인법 제정! 작업중지권 보장!


영국에서는 기업살인법으로 노동자의 안전에 필요한 필수적 요소를 이행하지 않아 노동자를 죽게 만든 기업주를 범죄자(과실치사 혐의)로 규정해 구속 처벌한다. 노동자 안전에 대한 기업과 경영주의 책임을 엄격한 처벌로 묻는 것이다. 삼성 불산 사고 사망과 같은 억울하고 비참한 노동자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기업살인법 제정이 필요하다. 현행과 같이 솜방망이 벌금 정도로 처벌이 끝나는 식으로는 푼돈의 목숨값과 수억, 수십억의 이익 사이의 불 보듯 뻔한 저울질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유명무실한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위험하고 해로운 작업 지시를 노동자 스스로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문구뿐인 권리의 보장이 아니라,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삼성 불산 사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하청노동자는 원청의 일방적인 지시 앞에서 무력하다. 그러므로 설비 유지보수 등의 모든 사내 업무의 도급이 금지되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의 자유로운 결성과 활동으로 사측으로부터의 노동자 자율성이 지켜질 수 있어야 한다. 있으나 마나한 산안법과 사내하청, 무노조경영. 이런 것들이 바로 중대재해가 끊임없이 생겨나는 원인이다.

물론 이것들의 심연에는 바로 자본주의 원리가 존재한다. 사람 목숨으로도 멈출 수 없는 생산을 위한 생산, 이윤을 위한 생산, 자본축적이라는 영원히 돌고 돌아야 하는 수레바퀴. 그 수레바퀴 아래서 노동자의 등뼈가 매일 부스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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