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5일 74
해방 > 74호 > 생태

기후변화가 아니라 체제변화를!
- 지구온난화 이면에 도사리는 자본주의의 진실 (2) -
황정규  ㅣ  2012년10월25일

지구온난화는 과장된 것인가?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과학적 사실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고자 할 때 불가피하게 축소되어야만 하는 산업의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지구온난화라는 현상을 쉽사리 받아들이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온실가스를 대거 방출하는 산업의 자본가들이야말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가장 큰 반대세력이다. 이들은 지구온난화를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의 신빙성을 허무는 회의론(skeptics)를 유포하는데 많은 돈은 투여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는 과장된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절대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지구온난화가 더욱 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73호의 기사에서 이미 IPCC의 주장이 온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사실 IPCC 2007년 4차 보고서에서 제시한 최악의 시나리오조차도 매우 심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나온 이후, 보고서의 내용이 해수면 상승의 심각성, 빙하지대의 해빙에서 오는 위험을 과소평가했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2010년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앞서 기후변화관련 대회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은 “IPCC의 최악의 시나리오(이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를 따르는 추세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2007년, 영국 재무성의 주도로 친자본적 보고서를 쓴 스턴조차도 자신의 입장에서 선회하여 “온실가스 위험의 잠재력은 가장 신중한 평가보다도 더 크며, 기후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이야기하였다.



지구온난화와 티핑 포인트


지구온난화에서 중요한 것은 기온상승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어느 시점에 가면 급격한 기온상승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시점을 과학자들은 티핑 포인트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변수들이 상호작용한 결과 어느 시점에서는 기온을 급격하게 올리는 상승작용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가령 빙하가 녹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햇빛을 반사시키던 빙하가 녹은 자리를 햇빛을 흡수하는 시커먼 땅이 대체하게 되어 기온상승이 가속될 수 있다. 아니면 시베리아 등 동토층이 녹게 되면 이곳에 얼어있던 메탄가스가 방출되어 지구온난화가 더욱 심해진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 티핑 포인트를 산업시대 이후 섭씨 2도 상승으로 보고 있으며, 이 지점을 넘어서면 최소 섭씨 6도까지 급격한 기온상승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북극의 해빙들은 겨울에는 얼어서 커졌다가 여름에는 감소하는 것을 반복하는데, 해마다 그 감소폭이 급격해지고 있다. 그리고 올해, 무더운 여름을 겪으면서 사상 최대의 감소폭을 보였다. 지금 추세로 가면 앞으로 10년 후면 북극의 방하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자본주의는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실패하였다

자본주의가 지구온난화를 야기하게 된 이유는 바로 자본주의의 본성에 있다. 자본주의는 이윤과 축적만을 추구하는 경제체제로, 이러한 목적을 위해 생산은 인간의 필요를 충족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을 위한 생산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생산의 규모를 무제한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무제한적으로 자원을 공급해주는 ‘수도꼭지’로, 그리고 생산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다 받아주는 싱크대로 간주하였다. 통제하기 쉽고 상품으로 다루기 쉬운 화석연료가 다른 에너지원을 제치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결국 자본주의는 자연과 인간의 삶을 파괴하고 결국 지구온난화라는 괴물을 낳게 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자본주의가 스스로의 본성에 의해 발생한 지구온난화를 이 본성에 기반하여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자본가들과 이데올로기적 대변자들은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재앙을 자본주의 자체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부재에서 찾는다. 즉 자본주의가 사회와 자연을 완전히 지배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이들은 자연의 모든 요소들을 시장이 파악하여 반영할 수 있다면 환경파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함으로 무장하고 있다. 올해 6월 열렸던 리오+20 회의는 이러한 “녹색경제”를 찬양하는 회의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를 야기한 자본주의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자본주의적 방식이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데 실패하였다는 것은 교토의정서 이후 분명한 것이다. 온실가스를 1990년 수준에서 5% 감축한다는 목표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배출이 더 많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배출권거래, 청정개발제도, 공동이행제도, 산림의 흡수원 인정 등 교토의정서가 채택한 시장적 방식은 대부분 실패하였거나 아니면 심각한 폐해를 낳으면서 대대적인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배출권 거래제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각 산업이나 사업체에 배출량을 할당하고 배출을 초과한 사업체에 배출감소분을 증권화하여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자본가들에게 가장 각광을 받았다. 그런만큼 환경운동에서는 온실가스는 감축 못시키면서 새로운 투기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비판받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카고거래소가 2010년 폐장되는 등,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 곳들은 대부분 가격폭락으로 배출권시장이 붕괴되었다.

자본주의적 해결책의 더 큰 문제는 아니한만 못한 처방을 남발할 뿐 온실가스 배출을 더욱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의 가장 큰 문제가 선진국에서 실제로 배출감축을 전혀 하지 않아도, 소위 후진국에서의 배출감축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배출감축한 것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후진국에서의 배출감축 조차도 대부분이 불분명한 것으로 남아있다. 요컨대 자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이 감축하든 말든, 온실가스 배출 자체를 돈놀이감으로 만드는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체제변화를!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여러 가지 실천을 벌일 수는 있다.그러나 이러한 실천을 무색하게 할 정도의 급격한 사회변화를 통해서만 지구온난화는 막을 수 있다.
현재 제임스 한센 등 과학자들은 티핑 포인트가 오기 전에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2도 이내로 상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 수준에서 안정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미 390ppm을 넘어섰기 때문에, 이러한 목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기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취해져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IPCC 시나리오에 따르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2050년까지 전세계 이산화탄소를 2010년 수준에서 89%를 감축시켜야 한다. 이를 실천하려면 사람들 개개인의 삶의 방식이 변화해야 할 뿐 아니라 전산업이 탄소제로를 목표로 대대전인 이행을 시작해야 한다. 화석연료에서 풍력, 수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의 이행 역시 필수적이다.

이러한 목표를 이룬다는 것은 사실 상 이윤을 위한 생산, 생산을 위한 생산을 하는 자본주의를 완전히 극복하고, 인간의 필요 충족을 우선시 하며 자연과 조화하는 생산체제, 사회구성원들에 의해 이 생산이 민주적으로 결정되고 운영되는 사회체제로 이행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자들이 지구온난화에 맞서 적극적인 투쟁을 만드는 것은 노동운동에 새로운 활력과 상상력을 부여할 것이다. 자본주의적 생산 자체에는 의문시하지 않은 채 자기 사업장에서의 임금, 노동조건에만 매몰되는 상황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아울러 자본주의적 생산 전반에 대한 비판의식을 형성하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생산 전반을 새롭게 개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지구온난화에 맞선 투쟁의 주체로 나서게 된다면, 그것은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을 높이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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