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3일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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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소유하고 경영하라(1)] 영국 UCS 노동자들의 자주관리투쟁으로 본 노동자통제
이영수  ㅣ  2012년9월3일

현장파업이 아니라 일하는 전술을 택한 UCS노동조합
 
1971년 7월 30일, 영국의 대형 조선소인 UCS(Upper Clyde Shipbuilders)의 출입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 앞에서 UCS 노동조합 위원장인 지미 레이드(Jimmy Reid)는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UCS는 보수당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이 끊어졌는데, 보수당 정부는 UCS를 고의적으로 파산으로 몰아가려고 하였고, UCS는 작업장이 없어질 상황이었다.
 
“우리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조선소를 없애는 결정들을 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우리는 작업장을 점거할 것이다. 우리는 책임감있는 사람들이며, 우리는 스스로의 긍지와 규율로 우리들을 움직일 것이다. 우리는 파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연좌농성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도 어떤 것도 우리의 허락 없이는 들어오거나 나갈 수 없다. 여기는 난동꾼도 없고 파괴주의자도 없으며, 술주정꾼도 없다. 왜냐하면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노동조합의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몇몇의 반대로 끝날 것이라 가공해서 보도하였다. 우리로서는 공장이 폐쇄된다는 데 노동조합 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작업장 점거와 파업을 대비시키며 파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이 당황스럽기까지 한 이야기일 것이다. 어용이라고 매도할지도 모르겠다. 영국의 정치적 상황과 한국의 상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UCS 노동조합의 투쟁이 이후 10년간 영국에 있던 260개 이상의 점거행동에 핵심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영국의 조선소 노동자들이 왜 직장 폐업을 앞두고 노동자들의 전통적 무기인 파업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한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의 조선산업
 
영국은 전후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엄청난 소비를 뒷받침하고자 산업은 확대되었고 경제적 성장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곧이어 영국은 경제가 내리막길로 진입하고 있다는데 정치적 공감대가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간산업과 의료복지서비스를 국가소유로 해야 하며, 노동조합의 강력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등등이 주된 토론주제가 되었다.

윌슨 노동당 정권은 합리화정책으로 알려진, 즉 특정산업의 분야들을 하나로 합병하는 것을 통해 세계적 경쟁에 대응하려고 시도하였다. 다섯 개의 조선소들 중 이러한 합병의 하나로 만들어진 것이 1960년대에 만들어진 UCS였다. 하지만 뒤이어 집권한 보수당 정권은 신자유주의 원리를 도입하여, 망하는 기업은 망해야 하며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논리(government lame-duck)를 밀어붙였고, UCS 또한 정부지원을 끊고 파산절차를 통해 폐쇄하려고 계획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UCS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위와같은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작업장 점거투쟁의 논리
 
UCS 노동조합 위원장이었던 레이드는 산업화 시대 노동자투쟁의 병기고에 있던 전통적인 무기인 파업을 공장점거와는 다른 것으로 보았다.
정세가 수세기에 있고 노동자들이 위축되고 있을 때, 파업은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특히 회사가 문을 닫아 작업장이 없어지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파업은 비효율적인 전술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UCS 노동자들은 도산에 의한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이 아니라 공장을 노동자 스스로 운영하는 방식을 택하였던 것이다. UCS가 시도한 공장내 자주관리는 인수자로부터 해고당한 노동자들이 지불노동이 아님에도 매일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이 자체가 그 시점에서는 특징적이고 결정적인 행동이었지만, 노동자들은 단순한 점거에서 더 나아가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작업장 점거를 통해 본능적으로 사유재산을 통제하려는 근본적인 원리에 도전했으며, 자신들의 노동을 스스로 통제하려고 했으며, 형식적 소유자들의 권리를 제한하였다.
 
점거는 또한 노동력을 자본에게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려는 데까지 나아갔고, 근로계약이 가지는 한계들에 도전했다. 최근 논평가들은 공장점거는 계급투쟁의 일반적 전술이지 노동자통제의 경험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공장점거는 이를 통해 고양되어진 노동자통제의 본능적인 주제들이다. 노동자들은 일시적임에도 불구하고 생산수단을 소유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동안에도 공장을 유지하는 조직적인 능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만약 공장점거가 생산의 유지를 포함하고 있었다면, 이는 또한 생산조직을 만들어 나갔을 것이고 어떤 영역은 자주관리의 참여로 나아갔을 것이다. 이것은 공장의 소유와 노동력의 역할과 조직을 위한 대안적인 미래에 대한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UCS의 공장점거 이후 18개월 동안, 핵심적으로 공장안에서 일하는 것을 조직했던 노조가 인수자와 동등한 권력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레이드의 행동은 향후 10년간 영국에 있던 260개 이상의 점거행동에 핵심적인 영향을 끼쳤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생산’으로 알려진 1970년대 후반 루카스 항공노동자들의 투쟁 또한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정치투쟁의 약화와 노조 조직력의 약화로 1987년 이후에는 이러한 운동이 위축되었지만, 이러한 경험들은 2008년 이후 영국과 미국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교훈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영국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을 단순비교해서는 안될 것이다. UCS의 경우 영국 노동당 정권시절 정부가 50%가까이 되는 자본을 소유하고 있었고, 정부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운영이 가능했다. 전후 양적으로 노동조합이 확대된 점 등 강력한 노동조합이 존재했다는 점도 우리와는 다른 점이다. 하지만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면 자본주의하 세계경쟁에서 뒤쳐져가던 사업들에 대한 정책문제라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산업이 세계1위이지만, 세계경제공황 등으로 인해 중소규모 조선소들이 소리소문없이 문을 닥고 있는 상황이다. 더 싼 인력을 찾아 해외로 자본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한진중공업의 사례에서 극적으로 드러나는 공통점이다.
 
UCS 노동자들의 경우 작업장이 없어지는 것을 노동자 통제를 통해 극복하고자 했다. 결국 국가가 다시 책임지게 만들면서 UCS노동자들의 투쟁은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UCS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노동자들의 승리일 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승리”라고 레이드가 말했듯
이는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공장점거와 자주관리 경험을 통해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에도 도전했고, 임노동제 자체에도 도전했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이러한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무기인 파업투쟁과 함께,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투쟁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배치해 나가야 한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노동자들의 일터를 해외로 빼돌리려는 것에 맞서, 노동자들의 삶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내려지는 결정들에 맞서, 우리의 공장을 점거하고 생산에 들어가는 투쟁에 돌입했다면 어떠했을지 고민해보게 된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치열한 77일간의 점거투쟁이, 국유화 요구와 노동자통제로 나아갔더라면 어떠한 상황이 되었을지 고민이 된다. 이러한 고민이 환상이 되지 않도록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진정성 있는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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