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7일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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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50주년, 화학적 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하다
황정규  ㅣ  2012년1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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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침묵의 봄』이 출간된 지 50주년을 맞이하였다.
유해화학물질은 유기체내에 축적되고, 먹이사슬이 올라갈수록 체내 축적농도가 더 높아진다. 이러한 과학적 내용에 기반하여, DDT 등 인간에 치명적인 농약, 살충제 살포의 위험성을 최초로 대중에게 폭로한 사람이 바로 레이첼 카슨이다. 레이첼 카슨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책, 『침묵의 봄』을 1962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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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레이첼 카슨에게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러한 겉으로 드러난 파장과 영향만은 아니다. 우리가 주목할 또 다른 지점은 그녀가 바로 “좌파 과학자”였다는 점이다.
그녀는 생태계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좌파 과학자인 아서 탠슬리의 영향을 받았으며, 방사능에 의한 유전자 돌연변이현상을 밝혀낸 사회주의자이자 노벨상 수상자 뮬러의 연구성과를 수용하였다. 그리고 생물학자이자 사회주의자인 베리 커머너와도 긴밀한 관계에 있었다. 좌파 동물학자 찰스 엘튼과 로버트 러드 역시 『침묵의 봄』집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렇듯 자연과학 내에서의 사회주의적, 유물론적 배경이 레이첼 카슨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러한 사상적, 이론적 입장은 그녀의 빛나는 책, 『침묵의 봄』에 충만히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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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은 환경오염의 재앙을 묘사하기 위해 모든 것이 사라진 “죽은 듯 고요한 봄”이라는 우화로 시작한다. 이러한 유독 화학물질에 의한 환경파괴는 다름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렇듯 세상은 비탄에 잠겼다. 그러나 이 땅에 새로운 생명 탄생을 금지한 것은 사악한 마술도 아니고 악독한 적의 공격도 아니다. 사람들 자신이 저지른 일이었다.”(35쪽)
그러나 그렇다고 무작정 인간의 본성이나 사회 전반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러한 환경파괴가 자행되는 것은 바로 “이윤과 생산이라는 신들” 때문이라고 보았다. 50년대 당시, 살충제, 제초제로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던 유독 화학물질은 “2차 세계대전의 산물이다. 화학전에 사용할 약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몇 종류의 물질은 곤충에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주의체제에 있어, 인간을 죽이는 일과 자연을 죽이는 일은 서로 중첩되어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핵발전과 핵폭탄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의 차이에 불과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각한 환경파괴에 직면하여, 카슨은 “절망과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았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새롭고 상상력 풍부하며 창의적인 접근법은 이 세상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들, 그 생명체의 밀고 밀리는 관계, 전진과 후퇴이다. 생물들이 지닌 힘을 고려하고 그 생명력을 호의적인 방향으로 인도해 갈 때, 곤충과 인간이 납득할 만한 화해를 이루게 될 것이다.”(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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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슨은 환경문제가 유독 화학물질 남용 하나에만 국한된 것으로 보지 않았지만, 『침묵의 봄』에서 제기한 화학적 오염의 문제조차도 해결되지 않은 채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
미국에서만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화학물질이 80,000가지가 넘는데, 그것들 중 대략 20,000가지는 화학조성는 커녕 잠재적 유해성조차도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화학물질에 의한 오염은 작은 플라스틱 입자의 섭취,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능 물질의 위협, 바이페놀 A, PBDE, PCB, 다이옥신의 문제까지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근래 한국에서도 플라스틱 용기 사용(바이페놀 A의 위험성이 논란이 되었다)으로 인한 생식기 이상 문제나 멜라민(신장에 이상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분유파동 등이 사회문제로 불거지기도 하였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생 문제 역시도 그 근본에서는 생산공정에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시적으로 노출된 유독 화학물질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50년이 지났지만, 카슨이 제기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더 심각해져가고 있다. 여전히 카슨의 『침묵의 봄』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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