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0일 65
해방 > 65호 >

등록금 투쟁의 좌우 편향 비판
김인해  ㅣ  2011년7월20일

왜 계속 ‘반값’ 등록금인가?
- 대학  ‘무상교육’ 으로도 진화하지 못한 이유


등록금 투쟁이 대학생들의 방학을 맞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높은 등록금 문제가 전혀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등록금 투쟁은 다시 대중적으로 점화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문제는 왜 계속(!) ‘반값’ 등록금 투쟁에 머무르고 있는가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반값’ 등록금 발언은 등록금 투쟁이 전국적인 정치적 투쟁이 되는데 하나의 계기였을 뿐이었다. 등록금 투쟁은 ‘반값’이 아니라 최소한 대학 무상교육 투쟁으로 진화했어야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런데 대학 무상교육 투쟁으로 진화했을 경우에는 쟁점은 달라진다. 대학진학율이 80%에 달하는 지금, 대학 교육은 국민의 보편적 권리요, 일종의 의무교육 수준이 되어있기 때문에, 그 보편적 권리를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한다는 인식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더 나아가 의료나 주택과 같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 노동자 대중들의 인식의 지평을 확대시켜나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투쟁이 고양되고 투쟁이 확산될 수 있는데에도 굳이 등록금 투쟁은 ‘반값’에 한정지어졌을까. 바로 등록금 투쟁에 대한 좌우 편향들 때문이다.


우편향 :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무상교육은 딱 고등학교 때까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대학 등록금 정책이 무엇인지 아는가.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두 진보정당은 대학 무상교육이 공약이 아니었다. 등록금 상한제와 등록금 후불제였다. 무상교육의 주창자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 무상교육은 딱 고등학교 때까지만이었던 것이다. 2002년 민주노동당이 대선에서 과감하게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외쳤지만, 지금 민주노동당과 그 분신인 진보신당은 그 과감성을 상실했다.

그런데 등록금 상한제의 경우, 실제 약 150만원 정도의 등록금 부담을 지우자는 정책이다. 결국 대학교육의 비용을 조금 저렴하게 노동자가 지불하는 것에 불과하다. 등록금 후불제의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대학 입장에서는 하나도 손해보는 것이 없으며 학생의 경우 졸업 후 등록금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문제를 미래로 이전시키는 것 밖에 없다. 저리의 학자금 융자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등록금 문제에 대한 진보정당들의 우편향적 오류는 바로 올해인 2011년에도 마찬가지였다. 1월에 국회에서 통과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등록금 관련 법안 개정 역시 일종의 등록금 상한제였지, 대학 무상교육이 아니었다.


이렇듯 그동안 진보정당들의 등록금 관련 정치적 행보는 왜 지금의 등록금 투쟁에서 ‘반값’이라는 틀을 이들 진보정당들이 깰 능력도 없고 깰 의지도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해준다.


‘반값’은 정치적으로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하는 것


그런데 지난 ‘반값’ 등록금 투쟁 당시 민주당은 바로 2학기 때부터 ‘반값’ 등록금이 가능할 수 있도록 법안 상정을 시도했고, 그러니 온갖 등록금 투쟁 집회는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이 그 구심이었다. 운동진영은 ‘반값’이라는 틀에 갖혀서는, 정치적으로 민주당의 2중대로 전락하게 된다.


대중의 즉자적인 생존권적 요구에 대중추수주의적으로만 반응하는 것은, 또는 실현가능한 수준으로 대중의 상상력을 가둬두는 것은 결국에는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부르주아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로 수렴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이번 등록금 투쟁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등록금 투쟁을 철저하게 ‘반값’이라는 프레임에 갖혀있게하는 한, 그 정치적 실천은 내년 총선 때 민주당에 표를 행사하는 것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반값’ 등록금 투쟁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이 내년에 투표로 심판하자는 논리는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민주당의 2중대 역할을 수행한 셈이 된다. 부르주아 정당 2중대는 야권연대라는 선거연합처럼 노골적인 경우도 있지만, 이번 ‘반값’ 등록금 투쟁과 같이 정치적 내용의 한계와 실천의 오류로 부르주아 정당 2중대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좌편향 : 등록금 투쟁은 이기적이다?!


한편 일부 학생운동 세력들 중에서는 등록금 투쟁의 정세적 함의를 전혀 읽지 못한채 실질적으로 정세에서 기권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등록금 투쟁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투쟁도 아닌, 이기적인 대학생 개개인의 요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등록금 투쟁은 분명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같은 일종의 생존권 투쟁일 뿐이다. 과거에 지식인 운동과 같은 학생운동, 독재타도와 같은 정치투쟁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주객관적 정세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왜 등록금 투쟁이 각 대학별 개나리 투쟁(보통은 동결 내지 인하였다)으로 끝나지 않고 전국적인 정치적 투쟁 사안이 되어, ‘반값’이라는 대폭적인 인하를 걸고 전국민적인 지지를 받았는가를. 등록금 문제는, 자본주의는 고도로 발전하는 반면에 그 모순 때문에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등 청년학생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문제들이 응축되어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등록금 투쟁은 대학 무상교육 투쟁으로, 더 나아가 한국 사회 반자본주의 투쟁을 촉발시키는 시발점으로서 폭발성을 가지고 있다.


생존권 투쟁의 의제를 확장시키고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로 만드는 것이 생존권 투쟁과 반체제운동의 변증법이다. 등록금 투쟁을 심지어 이기적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대중추수주의적인 우편향과는 정반대인 좌편향일 뿐이며, 그래서 실천적으로는 정세에 기권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반자본주의 정치투쟁으로 진화하자!


지금 정세는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가 정치적 문제로까지 등장하고 있다. 작년 무상급식 문제에서부터 올해 ‘반값’ 등록금 투쟁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부르주아 정치세력은 진화하는 반면 노동자 정치운동은 퇴보하고 있다. 등록금 투쟁에서도 ‘반값’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것은 그 구체적인 반증이다. 사회주의노동운동은 노동자 계급을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정치투쟁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관련기사
등록금 투쟁, 의제를 확장하여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진화하자!

기사평쓰기
번호 제목 평점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등록된 게시물이 없습니다.

HTML코드 복사하기 (블로그나 카페에 바로 붙여넣기 하실 수 있습니다)


등록금 투쟁의 좌우 편향 비판
민주노동당, 진보적 민주주의로 노동자들의 뺨을 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