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추값 파동

추석 직후,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값이 1만5천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심지어 외국 언론에서 보도가 될 정도였다. 정부는 이상기온 때문이라는 주장이야 이명박 정권의 특징인 책임을 모면정치일 뿐이다. 야당은 4대강 때문에 배추밭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언론에서는 유통구조를 합리화해야한다며 심지어 시장만능주의 보수언론마저도 정부가 개입하라고 난리다. 일부에서는 사재기를 한 유통업자들이 적발되기도 하였다.

2. 배추값 파동의 원인은 무엇인가?

배추값 파동의 원인은 배추라는 생필품 먹거리의 특징이 근본적이다. 배추는 가격탄력성이 굉장이 작은 상품이다. 즉 공급 가격에 따른 수요가 비탄력적이라는 얘기다. 즉 한마디로 말해서 비싸든 싸든 사먹는 사람들은 웬만해선 꼭 사먹는다는 얘기다. 게다가 재배기간이 2개월에서 3개월 사이이기 때문에 재배면적이 조금만 줄어들어도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야당이 주장하는 4대강 사업 역시 이번 배추값 파동의 원인이라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이 배추값 상승을 더 부추겼기 때문이다. 또한 다단계 유통구조 역시 시장을 부정하지 않는한 합리화 라는 것 자체는 한계가 있다. 단계 수를 줄인다고 해서 배추값 파동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시장의 실패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파동 이후 오히려 김장철이 끝난 이후에는 배추값이 폭락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수요에 대한 예측 속에 계획적인 공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폭등에 따른 갑작스러운 공급 과잉이 가격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배추와 같은 채소류의 경우, 매년 가격이 널뛰기를 반복한다. 이번 배추값 파동에서 공공의 적으로 지목되고 있는 유통업자들의 경우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몇 년 손해 보다가 한번 대박으로 먹고사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령화된 농촌 현실에서 유통업자들에게 싹뜰 무렵부터 통째로 맡겨버리는 밭데기를 하지 않고는 농사를 유지할 수도 없는 농촌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3. 1만5천원 VS 1천5백원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시장이 아닌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농수산물 유통 시장 밖에 존재하는 틈새시장인 생협이나 직거래의 경우, 이번 배추값 파동의 영향이 미비하다. 이상기후에도, 4대강 때문에 경작지가 감소해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가격이 변동되기 때문이다. 실제 배추값이 폭등해서 1만5천원까지 올라갔지만, 이들 시장 밖에 존재하는 생협이나 직거래의 경우 심지어 1천5백원에 배추 한포기가 거래되었다.
반면에 정부나 서울시 등 시장의 질서를 존중하는 이들은 끽해야 중국산 배추를 수입해서 시장에 풀어 공급을 늘리는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이마저도 서울은 1가구당 3포기 씩 제한적이다. 게다가 중국산 배추는 그 안정성도 문제가 되고 있고 무엇보다 수입으로 인해 정작 중국에서도 배추값이 픅등할 기세이다.

4. 시장의 무정부성 vs 생산과 유통에 대한 민주적 통제

소비자 앞에서 10배의 가격 차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생산자 역시 몇 백원에 유통업자에게 넘긴다. 유통업자 역시 몇 년에 한번 대박으로 먹고산다.
무엇이 문제인가? 시장의 무정부성이 생산자도 유통업자도 소비자도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 이득을 보고 있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생산자도 소비자도 윈윈하는 경우는 시장의 질서를 거스르는 사례들이다. 이미 답은 나와있다. 시장의 질서 속에서 정부의 개입해봤자 수입산 배추를 단기적으로 들여오는 것 뿐이고, (그런데 만약 가격이 폭락하면 어쩔 것인가? 몇 년전 배추밭은 갈아엎은 농민들의 모습이 뉴스에 나왔는데), 유통구조를 합리화해봤자, 현재의 다단계에서 몇 단계를 축소시키는 것 뿐이다. 여전히 생산자나 소비자는 가격의 널뛰기에 피해를 보고 유통업자는 공공의 적으로 인식될 뿐이며 정부는 무능한 심판이다.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바로 자본주의 시장을 부정하고 생산과 유통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이미 답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